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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기자]
▲ 라우쉬 초콜릿하우스 베를린 젠다르멘마르크드 광장에 위치한 초콜릿 백화점
ⓒ 고정희
독일에 와서 몇 해 되지 않아서의 일이다. 어느 날 텔레비전에서 광고를 보는데 유명한 가수가 황금성사이트 순백의 턱시도를 입고 순백의 그랜드 피아노를 연주하며 멋지게 노래를 불렀다. 그 모습이 아주 진지했다. 그래서 가사를 유심히 듣다가 나도 모르게 박장대소했다. 초콜릿 과자를 찬양하는 노래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그때만 해도 한국에서 초콜릿이나 과자는 아이들만 먹는 것으로 알면서 살았었다. 그랬기에 다 큰 황금성슬롯 어른이 초콜릿 찬가를 진지하게 부르는 모습이 좀 우스웠다. 살면서 보니 이들에게 단것은 간식이나 군것질이 아니라 식문화의 일부임을 알게 되었다. 후식을 먹기 위해 식사를 한다는 사람도 봤다. 성탄절이나 부활절에는 명절 음식보다 케이크와 과자와 초콜릿이 더 중요하다. 그런 문화 때문에 단것을 좋아하는지 아니면 단 것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그런 문화가 만들어 릴게임온라인 진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말 안 듣는 아이들에게 가장 강력한 협박은 "후식 안 준다!"라는 말이다.
독일 사람 한 명의 연간 초콜릿 소비량이 세계 2위다. 일등은 스위스. 그리고 에스토니아, 오스트리아, 아일랜드가 공동 3위라고 한다. 독일 사람 한 명이 일 년에 평균 약 9킬로그램의 초콜릿을 먹는다. 별로 많아 보이지 않지만, 이 사람 바다이야기부활 들이 가장 즐겨 먹는 것이 판형의 초콜릿바인데 하나가 보통 100그램이니 한 사람이 초콜릿바 90개를 먹는 셈이다. 4일에 하나꼴이다.
초콜릿 소비량은 세계 2위지만 독일은 초콜릿 수출 1위국이다. 2위 벨기에 수출량의 거의 두 배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카카오 열매를 단 한 개도 생산하지 않는 나라의 초콜릿 연 수출 규모가 약 바다신2다운로드 56억 달러 (2022년 기준)라는 점은 많은 의문을 던진다. 독일에는 200개가 넘는 크고 작은 초콜릿 제조업체가 있다. 게다가 페레로, 마즈, 몬덜리즈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독일에 공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Made in Germany"라는 품질 브랜드 — 이것이 독일을 카카오 없는 초콜릿 수출 왕국으로 만들었다.
초콜릿 왕국
베를린의 중심가의 젠다르멘마르크트 광장. 독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 불리는 이곳에 초콜릿 백화점이 있다. 콘서트홀과 두 개의 대성당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연면적 1500제곱미터, 3층에 걸쳐 1톤가량의 초콜릿을 각양각색의 형태로 만들어 전시하고 판매한다. 베를린의 명소, 브란덴부르크 문, 연방 의사당 등의 2~3미터짜리 초콜릿 모형, 초콜릿 분수 등.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라는 영화의 장면처럼 초콜릿에 풍덩 빠질까 봐 겁나는 곳이다.
그 외에도 베를린 전역에 크고 작은 초콜릿 하우스가 수십 곳이다. 그런 곳에 가 보면 '초콜릿 문화의 전당'에 왔다는 느낌이 든다. 심지어는 식민지풍의 가구까지 갖춰 놓은 곳도 있다. 나름대로 카카오는 물론 초콜릿을 만들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설탕까지 식민주의의 산물이니 식민지풍의 진열대로 구색을 맞추려는 '갸륵한' 발상일 것이다.
원래 메소아메리카의 카카오 음료는 맵싸한 의례용 음료였으나 유럽에 들어온 뒤 설탕, 바닐라와 우유가 더해지면서 지금 우리가 아는 '달콤한 초콜릿'이 되었다. 독일은 초콜릿 소비량이 급증했던 19세기 말에 비로소 식민지가 생겼다. 기대와는 달리 독일 식민지에서의 카카오 생산량이 매우 저조해서 막대한 물량을 포르투갈령 서아프리카나 남미 등 외부에서 사들여야 했다. 그러므로 얼핏 보기엔 죄질이 낮아 보이지만 사실은 원료 수급 외에도 대중문화 속 소비 이미지, 그리고 오늘의 글로벌 무역 구조에 이르기까지 깊고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다.
대중 소비문화에 깊이 침투한 흑인 어린이 캐릭터
▲ Sarotti 베를린 초콜릿 제조사 사로티 벽에 그려진 "사로티 마법사"고 개명한 캐릭터
ⓒ JoachimKohlerBremen/위키공용
제1차 세계대전 패전으로 카카오 재배지를 포함한 모든 식민지를 승전국에 빼앗길 무렵인 1918년, 베를린에 있는 초콜릿 브랜드 사로티(Sarotti)는 흑인 어린이 캐릭터를 탄생시켜 이국적인 식민주의 환상을 자극했다. 주춤했던 초콜릿 산업에 다시 탄력이 붙었다.
이 캐릭터는 17~18세기 유럽 군주들이 흑인 아이에게 아라비안나이트 풍의 옷을 입히고 시중을 들게 했던 관습을 그대로 빌린 것이다. 당시엔 우월한 백인이 우월하고 열등한 유색인종을 지배해도 된다는 사상이 보편적이었다. 그러므로 독일 대중들은 흑인이 시중드는 모습을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소비와 향락의 상징으로 열광했다. 그들은 "사로티 흑인"이라는 이 캐릭터의 호칭에 익숙해졌다. 그러다 최근 들어 캐릭터 얼굴을 금빛으로 바꾸고 사로티 흑인 대신 사로티 마법사로 고쳐 부르기 시작했다.
우리의 초콜릿은 얼마나 공정할까? 카카오, 사탕수수 재배의 역사는 식민지 역사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이 과정에서 사람과 자원이 폭력적으로 착취됐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지금은 극복되었을 것이라 믿고 싶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같은 패턴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독일이 오늘날 세계 1위의 초콜릿 수출국으로 군림할 수 있는 근저에는 과거 식민지 시대의 패턴과 매우 유사한 구조적 불평등이 여전히 깔려 있다. 코트디부아르나 가나 같은 국가로부터 카카오를 저렴하게 수입한 뒤, 이를 고도의 기술로 가공하여 부가가치가 높은 프리미엄 완제품으로 전 세계에 수출하고 있다.
원료를 제공하는 아프리카의 생산자들은 최종 초콜릿 판매 수익의 극히 일부만을 얻지만, 상품 가공, 브랜드 가치 창출, 판매를 통한 막대한 이윤은 온전히 독일 업체에 귀속된다. 이는 원료를 일방적으로 수탈당하고 값비싼 완제품을 다시 사들여야 했던 전형적인 식민주의 경제모델이 현대 산업 구조 속에 여전히 숨어 있음을 보여준다.
현지 카카오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 슈톨베르크 식민지 초콜릿 1890년 슈톨베르크 사의 초콜릿바 포장지 디자인. 식민지 초콜릿이라고 버젓이 써 있다.
ⓒ Euku/위키미디어공용
좀 아이러니하긴 하다. 아프리카를 나눠 갖기 위해 모였던 베를린 회의가 있은 지 134년이 지난 2018년엔 카카오 공정무역을 위한 국제회의가 다시 베를린에서 열렸다. 카카오 원두 가격 폭락과 농가의 빈곤, 아동 노동, 산림 파괴, 성 불평등의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됐고, 참가자들은 '베를린 선언'을 통해 카카오 농민의 생활 소득 보장, 아동 노동과 산림 파괴 종식, 공급망 전체의 인권·환경 기준 강화를 약속했다. 한편, 회의장 밖에서는 시민들이 모여 "착취 없는 초콜릿"을 요구하며 행진했다.
그렇게 한지 8년이 지났으나 초콜릿값이 오른 외에 달라진 점은 없다. 최근 들어 초콜릿값이 다시 폭등하고 있다. 위의 식민지풍 진열대를 갖추어 놓은 고급 초콜릿 하우스에서는 공정무역 초콜릿바 하나에 8~10유로를 받는다. 마트에서 받는 가격의 4~5배 수준이다. 고결해 보인다. 포장 디자인도 고결하다. 그런데 과연 그중 몇 퍼센트가 현지의 카카오 농민들에게 전달되느냐는 의문은 남는다.
▲ 윈터펠트 초콜릿하우스 공정 무역을 주장하는 초콜릿하우스 내부. 식민주의풍의 가구와 진열장과 공정 무역의 모순.
ⓒ 고정희
시장 연구 결과는 많다. EU가 의뢰한 공급망 가치분석에 따르면 베를린에서 2유로짜리 초콜릿을 살 때, 서아프리카 농장 인부에게 실질적으로 돌아가는 돈은 대략 10~15센트 수준에 머문다고 한다. 농부에게 돌아가는 10센트를 50센트로 높이기 위해 소매 가격을 5배로 올린 것인지, 아니면 농민들의 기초 생활을 보장해 주기 위해 5배가 된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실제로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금액을 정직하게 밝혀야 한다는 법이 아직은 제정되지 않았다.
이런 생각이 든다. 지금은 서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서도 재배되지만 카카오나무의 본향은 아마존 상류, 지금의 페루, 에콰도르, 콜롬비아 접경지대 열대 우림이다. 이 나무는 고집스럽고 까다롭다. 적도에서 북위와 남위 20도 사이, 오직 그 좁은 띠 안에서만 산다. 햇빛을 직접 받으면 죽는다, 더 큰 나무의 그늘에서만 꽃을 피운다. 수분은 오직 작은 혹파리에 의지한다. 그리고 열매를 맺는 비율은 5% 안팎이라고 한다.
이토록 예민하고 연약한 식물이 유럽의 역사를 바꿨다. 못난 인간들을 유혹해 제국을 움직였고, 화물칸에 실려 대서양을 건넜다. 걷지도 못하는 카카오가 지금 세계 어디에나 있다. 도대체 누가 누구를 지배한다는 걸까? 사람이 식물을 지배한다는 건 착각이 아닐까?
▲ 라우쉬 초콜릿하우스 베를린 젠다르멘마르크드 광장에 위치한 초콜릿 백화점
ⓒ 고정희
독일에 와서 몇 해 되지 않아서의 일이다. 어느 날 텔레비전에서 광고를 보는데 유명한 가수가 황금성사이트 순백의 턱시도를 입고 순백의 그랜드 피아노를 연주하며 멋지게 노래를 불렀다. 그 모습이 아주 진지했다. 그래서 가사를 유심히 듣다가 나도 모르게 박장대소했다. 초콜릿 과자를 찬양하는 노래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그때만 해도 한국에서 초콜릿이나 과자는 아이들만 먹는 것으로 알면서 살았었다. 그랬기에 다 큰 황금성슬롯 어른이 초콜릿 찬가를 진지하게 부르는 모습이 좀 우스웠다. 살면서 보니 이들에게 단것은 간식이나 군것질이 아니라 식문화의 일부임을 알게 되었다. 후식을 먹기 위해 식사를 한다는 사람도 봤다. 성탄절이나 부활절에는 명절 음식보다 케이크와 과자와 초콜릿이 더 중요하다. 그런 문화 때문에 단것을 좋아하는지 아니면 단 것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그런 문화가 만들어 릴게임온라인 진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말 안 듣는 아이들에게 가장 강력한 협박은 "후식 안 준다!"라는 말이다.
독일 사람 한 명의 연간 초콜릿 소비량이 세계 2위다. 일등은 스위스. 그리고 에스토니아, 오스트리아, 아일랜드가 공동 3위라고 한다. 독일 사람 한 명이 일 년에 평균 약 9킬로그램의 초콜릿을 먹는다. 별로 많아 보이지 않지만, 이 사람 바다이야기부활 들이 가장 즐겨 먹는 것이 판형의 초콜릿바인데 하나가 보통 100그램이니 한 사람이 초콜릿바 90개를 먹는 셈이다. 4일에 하나꼴이다.
초콜릿 소비량은 세계 2위지만 독일은 초콜릿 수출 1위국이다. 2위 벨기에 수출량의 거의 두 배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카카오 열매를 단 한 개도 생산하지 않는 나라의 초콜릿 연 수출 규모가 약 바다신2다운로드 56억 달러 (2022년 기준)라는 점은 많은 의문을 던진다. 독일에는 200개가 넘는 크고 작은 초콜릿 제조업체가 있다. 게다가 페레로, 마즈, 몬덜리즈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독일에 공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Made in Germany"라는 품질 브랜드 — 이것이 독일을 카카오 없는 초콜릿 수출 왕국으로 만들었다.
초콜릿 왕국
베를린의 중심가의 젠다르멘마르크트 광장. 독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 불리는 이곳에 초콜릿 백화점이 있다. 콘서트홀과 두 개의 대성당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연면적 1500제곱미터, 3층에 걸쳐 1톤가량의 초콜릿을 각양각색의 형태로 만들어 전시하고 판매한다. 베를린의 명소, 브란덴부르크 문, 연방 의사당 등의 2~3미터짜리 초콜릿 모형, 초콜릿 분수 등.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라는 영화의 장면처럼 초콜릿에 풍덩 빠질까 봐 겁나는 곳이다.
그 외에도 베를린 전역에 크고 작은 초콜릿 하우스가 수십 곳이다. 그런 곳에 가 보면 '초콜릿 문화의 전당'에 왔다는 느낌이 든다. 심지어는 식민지풍의 가구까지 갖춰 놓은 곳도 있다. 나름대로 카카오는 물론 초콜릿을 만들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설탕까지 식민주의의 산물이니 식민지풍의 진열대로 구색을 맞추려는 '갸륵한' 발상일 것이다.
원래 메소아메리카의 카카오 음료는 맵싸한 의례용 음료였으나 유럽에 들어온 뒤 설탕, 바닐라와 우유가 더해지면서 지금 우리가 아는 '달콤한 초콜릿'이 되었다. 독일은 초콜릿 소비량이 급증했던 19세기 말에 비로소 식민지가 생겼다. 기대와는 달리 독일 식민지에서의 카카오 생산량이 매우 저조해서 막대한 물량을 포르투갈령 서아프리카나 남미 등 외부에서 사들여야 했다. 그러므로 얼핏 보기엔 죄질이 낮아 보이지만 사실은 원료 수급 외에도 대중문화 속 소비 이미지, 그리고 오늘의 글로벌 무역 구조에 이르기까지 깊고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다.
대중 소비문화에 깊이 침투한 흑인 어린이 캐릭터
▲ Sarotti 베를린 초콜릿 제조사 사로티 벽에 그려진 "사로티 마법사"고 개명한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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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세계대전 패전으로 카카오 재배지를 포함한 모든 식민지를 승전국에 빼앗길 무렵인 1918년, 베를린에 있는 초콜릿 브랜드 사로티(Sarotti)는 흑인 어린이 캐릭터를 탄생시켜 이국적인 식민주의 환상을 자극했다. 주춤했던 초콜릿 산업에 다시 탄력이 붙었다.
이 캐릭터는 17~18세기 유럽 군주들이 흑인 아이에게 아라비안나이트 풍의 옷을 입히고 시중을 들게 했던 관습을 그대로 빌린 것이다. 당시엔 우월한 백인이 우월하고 열등한 유색인종을 지배해도 된다는 사상이 보편적이었다. 그러므로 독일 대중들은 흑인이 시중드는 모습을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소비와 향락의 상징으로 열광했다. 그들은 "사로티 흑인"이라는 이 캐릭터의 호칭에 익숙해졌다. 그러다 최근 들어 캐릭터 얼굴을 금빛으로 바꾸고 사로티 흑인 대신 사로티 마법사로 고쳐 부르기 시작했다.
우리의 초콜릿은 얼마나 공정할까? 카카오, 사탕수수 재배의 역사는 식민지 역사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이 과정에서 사람과 자원이 폭력적으로 착취됐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지금은 극복되었을 것이라 믿고 싶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같은 패턴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독일이 오늘날 세계 1위의 초콜릿 수출국으로 군림할 수 있는 근저에는 과거 식민지 시대의 패턴과 매우 유사한 구조적 불평등이 여전히 깔려 있다. 코트디부아르나 가나 같은 국가로부터 카카오를 저렴하게 수입한 뒤, 이를 고도의 기술로 가공하여 부가가치가 높은 프리미엄 완제품으로 전 세계에 수출하고 있다.
원료를 제공하는 아프리카의 생산자들은 최종 초콜릿 판매 수익의 극히 일부만을 얻지만, 상품 가공, 브랜드 가치 창출, 판매를 통한 막대한 이윤은 온전히 독일 업체에 귀속된다. 이는 원료를 일방적으로 수탈당하고 값비싼 완제품을 다시 사들여야 했던 전형적인 식민주의 경제모델이 현대 산업 구조 속에 여전히 숨어 있음을 보여준다.
현지 카카오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 슈톨베르크 식민지 초콜릿 1890년 슈톨베르크 사의 초콜릿바 포장지 디자인. 식민지 초콜릿이라고 버젓이 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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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아이러니하긴 하다. 아프리카를 나눠 갖기 위해 모였던 베를린 회의가 있은 지 134년이 지난 2018년엔 카카오 공정무역을 위한 국제회의가 다시 베를린에서 열렸다. 카카오 원두 가격 폭락과 농가의 빈곤, 아동 노동, 산림 파괴, 성 불평등의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됐고, 참가자들은 '베를린 선언'을 통해 카카오 농민의 생활 소득 보장, 아동 노동과 산림 파괴 종식, 공급망 전체의 인권·환경 기준 강화를 약속했다. 한편, 회의장 밖에서는 시민들이 모여 "착취 없는 초콜릿"을 요구하며 행진했다.
그렇게 한지 8년이 지났으나 초콜릿값이 오른 외에 달라진 점은 없다. 최근 들어 초콜릿값이 다시 폭등하고 있다. 위의 식민지풍 진열대를 갖추어 놓은 고급 초콜릿 하우스에서는 공정무역 초콜릿바 하나에 8~10유로를 받는다. 마트에서 받는 가격의 4~5배 수준이다. 고결해 보인다. 포장 디자인도 고결하다. 그런데 과연 그중 몇 퍼센트가 현지의 카카오 농민들에게 전달되느냐는 의문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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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연구 결과는 많다. EU가 의뢰한 공급망 가치분석에 따르면 베를린에서 2유로짜리 초콜릿을 살 때, 서아프리카 농장 인부에게 실질적으로 돌아가는 돈은 대략 10~15센트 수준에 머문다고 한다. 농부에게 돌아가는 10센트를 50센트로 높이기 위해 소매 가격을 5배로 올린 것인지, 아니면 농민들의 기초 생활을 보장해 주기 위해 5배가 된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실제로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금액을 정직하게 밝혀야 한다는 법이 아직은 제정되지 않았다.
이런 생각이 든다. 지금은 서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서도 재배되지만 카카오나무의 본향은 아마존 상류, 지금의 페루, 에콰도르, 콜롬비아 접경지대 열대 우림이다. 이 나무는 고집스럽고 까다롭다. 적도에서 북위와 남위 20도 사이, 오직 그 좁은 띠 안에서만 산다. 햇빛을 직접 받으면 죽는다, 더 큰 나무의 그늘에서만 꽃을 피운다. 수분은 오직 작은 혹파리에 의지한다. 그리고 열매를 맺는 비율은 5% 안팎이라고 한다.
이토록 예민하고 연약한 식물이 유럽의 역사를 바꿨다. 못난 인간들을 유혹해 제국을 움직였고, 화물칸에 실려 대서양을 건넜다. 걷지도 못하는 카카오가 지금 세계 어디에나 있다. 도대체 누가 누구를 지배한다는 걸까? 사람이 식물을 지배한다는 건 착각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