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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아트바젤 인카운터스 섹션에서 선보인 고 강서경 작가의 작품들. 한국의 전통미가 느껴지는 ‘검은 자리 시리즈’ 등이 설치돼 있다. 아트바젤 홍콩 제공
홍콩=글·사진 박동미 기자
지난 25일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해 29일까지 닷새간 이어진 홍콩 아트바젤. 전 세계 240개 갤러리가 참여, 해마다 1조 원의 판매액을 달성하는 아시아 최대 미술 마켓이다. 국내 미술시장 한 해 규모와 맞먹는 이 거대한 ‘장터’에 들어서자마자 관람객들을 맞이한 건 지난해 세상을 뜬 한국 설치미술가 강서경(1977∼2025)이었다. 거장의 미술품을 무료릴게임 ‘진열’이 아닌 ‘전시’로 조명하는 ‘인카운터스’ 섹션에 올해 처음 선정된 국제갤러리가 강서경의 설치작업 19점을 선보인 것이다. 천장에 매달린 웅장한 ‘검은 자리’ 아래에 서면, 마치 새로운 세계에 진입한 느낌. 구부정한 할머니 형상의 ‘그랜드마더타워 #23-01’과 산의 능선을 닮은 ‘산-가을 #23-02’는 아련하고 따스하다. 작품 앞에서 마주친 이 손오공릴게임 현숙 국제갤러리 대표는 “너무 일찍 가버려 그 탁월함이 더욱 안타까운 작가다. 곧 1주기인데, 이렇게 조명할 수 있어 조금 위안이 된다”고 전했다.
지난 25일부터 29일까지 닷새간 열린 홍콩 아트바젤에서 한 작가가 AI를 활용해 그림을 그리고 있다.
릴게임뜻
올해 참가한 한국 갤러리는 총 18곳. 전체의 10%도 되지 않지만, ‘K아트’의 존재감은 여느 때보다 강렬했다. 강서경뿐 아니라 백남준, 윤석남, 윤형근 등 K미술 거장의 위대한 유산을 들고 온 대형 갤러리들의 판매 호조와 함께, 개성 넘치는 젊은 작가들의 부스가 해외 컬렉터들의 관심을 모았고, 첨단 실험을 이어가는 골드몽게임 미디어 아트 작가의 토크 프로그램엔 빈자리 하나 없었다.
신진 갤러리 중심의 디스커버리즈 섹션에 소개된 권현빈 작가의 작품들. 헤드폰에선 작가가 직접 만든 테크노 음악이 흘러 감상의 묘미를 더했다.
“K콘텐츠의 위상 바다이야기고래 에 견줄 만한 우리 작가들을 전면 배치했어요.” 학고재 부스에서 만난 우찬규 대표의 말이다. 이 갤러리의 얼굴은 K아트의 근원이자 전설인 백남준, 그리고 한국 1세대 여성주의 화가 윤석남이다. 요즘 해외 컬렉터들 사이에서 ‘걸자마자 팔린다’고 회자되는 정영주의 고즈넉한 회화도 눈에 띈다. 국내 MZ 컬렉터 붐을 일으킨 김재용 작가의 ‘도넛’ 시리즈 앞은 사진을 찍으려는 관람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우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올해가 가장 시장이 좋은 것 같다. 특히 동남아시아 컬렉터들이 크게 늘었다. ‘큰손’도 나오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국 행위미술 거장인 이건용의 회화가 시선을 사로잡는 리안갤러리에서도 남춘모, 김춘미, 이강소의 작품이 일찌감치 예약됐다. PKM갤러리도 단색화 거장 윤형근의 1970년대 수작을 첫날 5억 원대에 팔았다고 전했다.
학고재 갤러리 부스에 걸린 윤석남 작가의 작품을 촬영하고 있는 관람객. 박동미 기자
“작품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요. 부산물 한 개 없는 부스를 꾸리고 싶었어요.” 구매 안내 책자도, 직원들의 소지품을 놓아두는 탁자도 없다. 유망한 작가들을 소개하는 ‘디스커버리즈’ 섹션에 참여한 실린더 갤러리는 권현빈 작가의 돌조각들과 검정 헤드폰만으로 아트바젤 전체에서 가장 ‘힙’한 부스를 탄생시켰다. ‘제멋대로’ ‘깨어진’ 조각들은 상형문자처럼 벽에 걸려 있고, 헤드폰을 쓰면 테크노 음악이 흐른다. 1990년대생 또래인 권 작가와 노두용 대표가 함께 만든 ‘리듬’이 시각과 촉각을 타고 공명한다. 이 섹션은 판매보다는 소속 작가의 소개 성격이 크다. 국내선 실린더 포함 3개 갤러리가 자리를 얻었다. 피투원(P21)이 네안데르탈인 캐릭터로 독특한 화풍을 선보이는 유예림 작가를, 엔에이(N/A)는 신화와 만화를 접목시킨 우정수 작가를 알렸다.
학고재의 인기 미술품 중 하나인 김재용 작가의 ‘도넛’ 조각 시리즈.
부스 밖에서도 흥미로운 광경이 이어졌다. 26일 낮에는 컨벤션센터 콘퍼런스룸에 모인 150여 명의 해외 미술 관계자들이 불꽃 모양을 한 한국 제주의 화산석 사진을 보고 있다. 이날 열린 광주비엔날레 홍보설명회에서 예술감독인 호추니엔이 “제주의 돌이 작가로 참여한다”고 발표했다. ‘비인간 돌’의 최초 비엔날레 참가에 즐겁고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26일 오후 홍콩컨벤션센터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광주비엔날레 홍보설명회. 박동미 기자
지난 26일 저녁 홍콩 컨벤션센터 컨퍼런스룸에서 미디어 아티스트 김아영 작가가 관객들과의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박동미 기자
저녁엔 그 옆 룸에서 다양한 국적의 관객들이 1970년대 한국의 중동특수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인 최초로 LG구겐하임어워드를 수상하고, 세계 미디어 아트계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내는 김아영 작가의 토크 프로그램이다. 이날 김 작가는 지난해 에르메스 아뜰리에에서 공개한, ‘쿠웨이트 아파트’ 소재 영상을 상영했다. 해외 매체에 ‘영향력 있는 미술인 100인’에 선정되는 등 최근 급부상하는 한국계 작가 크리스틴 선 킴도 참가했다. 홍콩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쇼핑몰 ‘퍼시픽 플레이스’ 로비에 대형 디지털 애니메이션 박스를 설치해 이목을 끌었다.
감각 있는 설치로 주목받은 P21 갤러리의 유예림 작가 솔로부스.
홍콩의 3월은 약 10만 명이 몰려드는 아트바젤을 시작으로 전역이 공연과 전시 등으로 달떠 ‘슈퍼 마치’로 불린다. 아트바젤에서 만난 한국의 미술 관계자들은 “슈퍼 마치 중심에 K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홍콩 최대 미술관 엠플러스(M+)에선 한국 설치미술가 이불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지난 24일 화이트큐브 홍콩에서 만난 영국의 미술전문지 기자는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한국 작가들의 전시가 무척 인상 깊었다”면서 “아트바젤에서도 한국 갤러리를 많이 방문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모카 작가가 그린 블랙핑크 로제. 한국 갤러리 제이슨함이 출품했다. 박동미 기자
29일 저녁 아트바젤 폐막 후 발표된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닷새간 이어진 행사에는 총 9만1500명이 다녀갔다. 독일 갤러리가 출품한 피카소의 1964년 작 ‘화가와 모델’이 350만 유로(약 61억 원)로 최고 판매가를 기록했으며, 중국 현대작가 류예의 ‘백설공주’가 380만 달러(57억 원)로 뒤를 이었다. 대형 솔로 전시를 선보여 주목받은 강서경 작가의 작품은 국제갤러리에서 두 점(각 1억3000만 원), 뉴욕 티나킴 갤러리에서 1점(3억 원)이 팔렸다. 이 밖에, 김창열, 하종현, 이배, 서도호, 정영주 작가의 작품이 글로벌 수집가들의 선택을 받으며 호응을 얻었다.
박동미 기자
홍콩=글·사진 박동미 기자
지난 25일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해 29일까지 닷새간 이어진 홍콩 아트바젤. 전 세계 240개 갤러리가 참여, 해마다 1조 원의 판매액을 달성하는 아시아 최대 미술 마켓이다. 국내 미술시장 한 해 규모와 맞먹는 이 거대한 ‘장터’에 들어서자마자 관람객들을 맞이한 건 지난해 세상을 뜬 한국 설치미술가 강서경(1977∼2025)이었다. 거장의 미술품을 무료릴게임 ‘진열’이 아닌 ‘전시’로 조명하는 ‘인카운터스’ 섹션에 올해 처음 선정된 국제갤러리가 강서경의 설치작업 19점을 선보인 것이다. 천장에 매달린 웅장한 ‘검은 자리’ 아래에 서면, 마치 새로운 세계에 진입한 느낌. 구부정한 할머니 형상의 ‘그랜드마더타워 #23-01’과 산의 능선을 닮은 ‘산-가을 #23-02’는 아련하고 따스하다. 작품 앞에서 마주친 이 손오공릴게임 현숙 국제갤러리 대표는 “너무 일찍 가버려 그 탁월함이 더욱 안타까운 작가다. 곧 1주기인데, 이렇게 조명할 수 있어 조금 위안이 된다”고 전했다.
지난 25일부터 29일까지 닷새간 열린 홍콩 아트바젤에서 한 작가가 AI를 활용해 그림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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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참가한 한국 갤러리는 총 18곳. 전체의 10%도 되지 않지만, ‘K아트’의 존재감은 여느 때보다 강렬했다. 강서경뿐 아니라 백남준, 윤석남, 윤형근 등 K미술 거장의 위대한 유산을 들고 온 대형 갤러리들의 판매 호조와 함께, 개성 넘치는 젊은 작가들의 부스가 해외 컬렉터들의 관심을 모았고, 첨단 실험을 이어가는 골드몽게임 미디어 아트 작가의 토크 프로그램엔 빈자리 하나 없었다.
신진 갤러리 중심의 디스커버리즈 섹션에 소개된 권현빈 작가의 작품들. 헤드폰에선 작가가 직접 만든 테크노 음악이 흘러 감상의 묘미를 더했다.
“K콘텐츠의 위상 바다이야기고래 에 견줄 만한 우리 작가들을 전면 배치했어요.” 학고재 부스에서 만난 우찬규 대표의 말이다. 이 갤러리의 얼굴은 K아트의 근원이자 전설인 백남준, 그리고 한국 1세대 여성주의 화가 윤석남이다. 요즘 해외 컬렉터들 사이에서 ‘걸자마자 팔린다’고 회자되는 정영주의 고즈넉한 회화도 눈에 띈다. 국내 MZ 컬렉터 붐을 일으킨 김재용 작가의 ‘도넛’ 시리즈 앞은 사진을 찍으려는 관람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우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올해가 가장 시장이 좋은 것 같다. 특히 동남아시아 컬렉터들이 크게 늘었다. ‘큰손’도 나오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국 행위미술 거장인 이건용의 회화가 시선을 사로잡는 리안갤러리에서도 남춘모, 김춘미, 이강소의 작품이 일찌감치 예약됐다. PKM갤러리도 단색화 거장 윤형근의 1970년대 수작을 첫날 5억 원대에 팔았다고 전했다.
학고재 갤러리 부스에 걸린 윤석남 작가의 작품을 촬영하고 있는 관람객. 박동미 기자
“작품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요. 부산물 한 개 없는 부스를 꾸리고 싶었어요.” 구매 안내 책자도, 직원들의 소지품을 놓아두는 탁자도 없다. 유망한 작가들을 소개하는 ‘디스커버리즈’ 섹션에 참여한 실린더 갤러리는 권현빈 작가의 돌조각들과 검정 헤드폰만으로 아트바젤 전체에서 가장 ‘힙’한 부스를 탄생시켰다. ‘제멋대로’ ‘깨어진’ 조각들은 상형문자처럼 벽에 걸려 있고, 헤드폰을 쓰면 테크노 음악이 흐른다. 1990년대생 또래인 권 작가와 노두용 대표가 함께 만든 ‘리듬’이 시각과 촉각을 타고 공명한다. 이 섹션은 판매보다는 소속 작가의 소개 성격이 크다. 국내선 실린더 포함 3개 갤러리가 자리를 얻었다. 피투원(P21)이 네안데르탈인 캐릭터로 독특한 화풍을 선보이는 유예림 작가를, 엔에이(N/A)는 신화와 만화를 접목시킨 우정수 작가를 알렸다.
학고재의 인기 미술품 중 하나인 김재용 작가의 ‘도넛’ 조각 시리즈.
부스 밖에서도 흥미로운 광경이 이어졌다. 26일 낮에는 컨벤션센터 콘퍼런스룸에 모인 150여 명의 해외 미술 관계자들이 불꽃 모양을 한 한국 제주의 화산석 사진을 보고 있다. 이날 열린 광주비엔날레 홍보설명회에서 예술감독인 호추니엔이 “제주의 돌이 작가로 참여한다”고 발표했다. ‘비인간 돌’의 최초 비엔날레 참가에 즐겁고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26일 오후 홍콩컨벤션센터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광주비엔날레 홍보설명회. 박동미 기자
지난 26일 저녁 홍콩 컨벤션센터 컨퍼런스룸에서 미디어 아티스트 김아영 작가가 관객들과의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박동미 기자
저녁엔 그 옆 룸에서 다양한 국적의 관객들이 1970년대 한국의 중동특수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인 최초로 LG구겐하임어워드를 수상하고, 세계 미디어 아트계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내는 김아영 작가의 토크 프로그램이다. 이날 김 작가는 지난해 에르메스 아뜰리에에서 공개한, ‘쿠웨이트 아파트’ 소재 영상을 상영했다. 해외 매체에 ‘영향력 있는 미술인 100인’에 선정되는 등 최근 급부상하는 한국계 작가 크리스틴 선 킴도 참가했다. 홍콩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쇼핑몰 ‘퍼시픽 플레이스’ 로비에 대형 디지털 애니메이션 박스를 설치해 이목을 끌었다.
감각 있는 설치로 주목받은 P21 갤러리의 유예림 작가 솔로부스.
홍콩의 3월은 약 10만 명이 몰려드는 아트바젤을 시작으로 전역이 공연과 전시 등으로 달떠 ‘슈퍼 마치’로 불린다. 아트바젤에서 만난 한국의 미술 관계자들은 “슈퍼 마치 중심에 K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홍콩 최대 미술관 엠플러스(M+)에선 한국 설치미술가 이불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지난 24일 화이트큐브 홍콩에서 만난 영국의 미술전문지 기자는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한국 작가들의 전시가 무척 인상 깊었다”면서 “아트바젤에서도 한국 갤러리를 많이 방문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모카 작가가 그린 블랙핑크 로제. 한국 갤러리 제이슨함이 출품했다. 박동미 기자
29일 저녁 아트바젤 폐막 후 발표된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닷새간 이어진 행사에는 총 9만1500명이 다녀갔다. 독일 갤러리가 출품한 피카소의 1964년 작 ‘화가와 모델’이 350만 유로(약 61억 원)로 최고 판매가를 기록했으며, 중국 현대작가 류예의 ‘백설공주’가 380만 달러(57억 원)로 뒤를 이었다. 대형 솔로 전시를 선보여 주목받은 강서경 작가의 작품은 국제갤러리에서 두 점(각 1억3000만 원), 뉴욕 티나킴 갤러리에서 1점(3억 원)이 팔렸다. 이 밖에, 김창열, 하종현, 이배, 서도호, 정영주 작가의 작품이 글로벌 수집가들의 선택을 받으며 호응을 얻었다.
박동미 기자

